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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에 관한 고찰

데카 2021. 1. 24. 18:33

선과 악의 기준은 오랜 시간 인류의 꾸준한 토론 주제가 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선과 악이라는 두 개념 모두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후에 인간이 새롭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모호한 개념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필자는 사전을 애용한다. "선"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음

흠... 선의 정의를 알고자 하니 도덕의 정의를 또 알아야 할 것 같다. "도덕"도 사전적 정의에서 출발해보자.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이제 보니 도덕적 기준은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여 만드는 추상적인 것이고, 이를 잘 따르는 것이 선한 것 같다. 세상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명확한 기준도 없는 사회적 관습을 신경 써야 선해질 수 있다니... 원하는 대로 살면서도 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겠다. 본능에 따르는 일이 선이고, 그렇지 않은 일이 악이라고 규정하면 안되는 걸까? , 생존에 적합한 행동은 선으로, 그렇지 않은 일은 악으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내 대답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존을 목표로 하는 것은 개인의 안정을 위한 것인데, 모두가 자신의 안정을 추구한다고 해서 더 살기 좋은 집단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개인의 생존에 대한 추구는 필연적으로 다른 개체의 생존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게 되고, 이는 두 개체를 한 집단으로 묶어 보았을 때 집단의 생존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1)

1) 선을 개인의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 설정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선을 따르는 상황은 홉스가 말하는 자연 상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사회계약론을 올바른 사회 등장의 해석이라 생각한다면, 개인의 생존과 욕구에 위배되더라도 법을 자치적으로 만들고 사회계약을 맺은 것은 인간이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개개인의 생존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악을 구분 짓는 올바른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이미 그 해답을 위에서 찾았다. 이런 생각을 해보자. 이 세상에 사람이 한 명만 있다면, 그 사람이 생존하기에 유리한 모든 행동들을 선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둘이 있다면, 두 사람이 생존하기에 유리한 모든 행동들은 선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수많은 사람, 동식물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선을 정의하면 이러하다. 모든 생명체가 살기에 이로운 방향으로의 변화는 선이다.

혹자는 나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생명체가 살기에 좋아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사나요? 흙만 먹고살아야 하나요?’. 대답부터 하자면, 아니다. 위에서 내가 말한 모든 생명체가 살기에 이로운 방향이라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전체 생물이라는 집단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가령 소를 잡아 배를 채우는 것은, 소의 생존에는 불리한데 소를 먹음으로써 더 많은 사람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집단의 생존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놀랍군! 이제 우리는 선과 악의 명확한 기준을 얻었다. 그럼 이제 이 기준대로 세상이 돌아가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걸까? 물론, 실제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다음 사례로 그 이유를 분석해보자. 한 흉악 범죄자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그는 범죄에 대한 뉘우침도 없고, 충분히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칠 가능성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집단의 생존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사형을 선고했다. 여기까지 보면 위의 기준으로 보아 흉악범의 사형은 선이다.

하지만, 만일 그가 사형을 받지 않고 살아서 10년 뒤에 놀라운 치료제를 개발해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렸을 것이었다면 어떨까? 이 경우 흉악범의 죽음으로 인해 미래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기에 그의 사형은 악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 한 흉악범을 마주했을 때 선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사형을 선고해야 할까? 아니면 풀어줘야 할까? 단순히 그가 미래에 훌륭할 사람이 될 가능성 때문에? 이를 모르는 것이 우리가 완전한 선을 실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선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을 포함한, 무한한 정보가 필요하다. 2)

2) 비슷한 아이디어로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이 있다.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가 보자. 무한한 정보가 없는 우리는 선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판단을 내리기 이전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쌓고 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면 된다. 이는 우리가 교육을 하는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가지 의견을 더 제시하자면, 충분히 많은 양의 정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판단을 맡기고 이를 철저히 신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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