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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함께 상전이의 비밀을 파헤치다. (Part 1)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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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함께 상전이의 비밀을 파헤치다. (Part 1)

데카 2021. 1. 27. 23:43

길에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을 불러서 이런 질문을 해보자. 물질의 상은 왜 변하나요? 당신이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이 이야기의 주인공, 데이비드 사울레스를 부른 것이 아니라면, 아마 온도가 변해서 아닌가요? 같은 대답을 받을 것이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엔탈피와 엔트로피가 경쟁한 결과 아닌가요? 라는 대답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물질의 상태 변화는 초등 과학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꽤 쉬운 내용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쉬운 개념이 오랜 시간 수많은 과학자, 그중에서도 응집물리학자들을 골머리 앓게 했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우선 온도의 변화가 상전이를 일으키는 변수이기는 하나, 상전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이는 마치 형광등을 보고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는 이유를 물었는데, “전기가 흘러서입니다.” 같은 답변을 받은 격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형광물질 속 전자의 에너지 준위에 대한 것인데 말이다. 이 차이는 상전이 연구의 난해함은 온도와 같은 상전이의 조건이 아닌, 상전이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에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상전이의 메커니즘은 아르놀트 조머펠트, 한스 베테, 레프 란다우, 바딘-쿼-슈리퍼 등 물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점차 밝혀졌고, 1947년에 레프란다우와 1957년에 바딘-쿠퍼-슈리퍼가 각각 저에너지 물질 상태에 해당하는 초유체와 초전도체의 비밀을 밝혀내면서 마침표를 찍는 듯하였다. 하지만, 당시까지 진행된 연구는 한가지 공통적인 범주 내에서만 진행되었다. 바로 3차원 물질에 한해서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3차원이기에 다른 차원의 물질이라 하면 테서랙트와 같이 인지할 수 없는 물질인가 싶은데,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신소재 분야에서 잘 알려진 그래핀처럼, 원자 하나 수준의 두께를 가져 엄밀히 따지면 3차원 물질이지만 상호작용이 2개의 축에서만 이루어지기에 2차원 물질이라 부르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왜 2차원 물질들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2차원 상태에서는 정돈된 상태, 즉 상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당시로써는 상당히 근거 있는 생각이었는데, 한 사례로 1966년 Mermin Wagner 이론은 2차원에서는 장거리 질서화가 일어날 수 없음을 이미 보여준 바 있었다. 이처럼 당시 물리학계에서는 2차원에서의 물리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한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기묘한 물질 (극저온, 고자기장의 2차원 물질)에서 초전도, 초유체 현상이 실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유체는 저에너지 상의 일종이고 초전도 현상도 열역학적 상인데, 상이 존재할 수 없는 차원에서 하나의 상이 만드는 창발적 특성이 있으니 큰 모순이 있음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1972년에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데이비드 사울레스 교수이다.



<참고문헌>

1.  양자홀 효과 naverkpsdictionary.miraheze.org/wiki/%EC%96%91%EC%9E%90%ED%99%80%ED%9A%A8%EA%B3%BC

2. ScienceBooks,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이클 코스털리츠 교수를 만나다 , sciencebooks.tistory.com/979

3. 한정훈, 최영준, 위상학적 상전이(부제: 2차원 고체와 액체의 물질 상태를 밝히다), terms.naver.com/entry.nhn?docId=3580946&cid=58941&categoryId=58960

4. 상(물리학), ko.wikipedia.org/wiki/%EC%83%81_(%EB%AC%BC%EB%A6%AC%ED%95%99)

5. D.J Bishop and J.D Reppy, Study of the Superfluid Transition in Two-Dimensional He4 Films, Phys. Rev. Lett. 40, 1727 – Published June 1978, p.552

6. Press release: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16. NobelPrize.org. Nobel Media AB 2020. Sun. 6 Sep 2020. 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16/press-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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